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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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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밤을 견디고 찾아온 아침에는 그 따스함에 더 몸서리쳤다. 따스함 속에 느껴지는 한기는 더욱 날카로웠다. 그럼에도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누구한테 들켜 비웃음 당할까 봐 태연한 척했다. 속은 곪아가고 있었다. 햇볕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가진 것도 소중히 할 줄 모른다 비난했다. 차라리 밤이 나을 터였다. 시간은 누군가에게나 같게 흐르지 않는다는 걸 알은 날에는 숨 쉬는 법조차 종종 까먹었다. 햇볕보다 더한 고통이 있어야지만 비로소 살아있음을 자각했다. 생살을 짓이겨야만 새살을 틔울 수 있는 겨울은 너무나 길었다. #글굥 #ㄴㄱ #흩어진밤을그러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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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을 짧은 진동소리가 채운다. 잠깐 밝아지는 화면에 잠을 뒤척이던 희는 손을 더듬거려 휴대폰을 확인했다. "개자식...."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잠에 들려 이불 끝까지 머리를 파묻어 보지만 잠이 쉬이 들리 만무했다. 사실 잠들기 힘든 밤이면 파블로프의 개새끼 마냥 그가 떠오르기도 했다. 둘 다 개라는 점에선 어쩌면 닮았는지도, 결국 같은 개새끼들끼리 서로 물어뜯고 뜯긴 셈인데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비릿한 생각에 도달하자 희는 결국 침대를 벗어났다. 3시 23분. 며칠째 제대로 잠들지 못해 머리가 어지럽다 못해 부서질 것만 갈았다. 잠시 휘청거렸지만 그마저 대수롭지 않았다. 잠들기 전, 아니 몸을 뉘이기 전 떠 둔 물 잔에는 냉기를 벗은 물방울이 타고 흘러내렸다. 목을 간단히 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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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역치. 글을 쓰다 보면 습관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또 그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새삼스럽게 실감하기도 한다. 나는 친구라는 단어를 나이에 제한두지 않고 사용한다. 간극이라는 낯선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고통이나 취향과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고통보다는 통증, 괴로움, 아픔등의 단어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 같은데 누군가가 발을 찧었다면 누군가는 고통스럽겠다는 표현을, 누군가는 아프겠다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나에게 습관처럼 베인 표현이 있다는 것을 글쓰기를 통해 깨닫는다. 또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조합하거나, 나만의 표현처럼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는 단어를 편하게 쓰는 것도 즐긴다. 가끔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하며 변태스럽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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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준비하면서 SNS계정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내가 평소에 어떤 사람과, 어떤 소통을 하고, 어떤 게시글들을 좋아하며, 팔로우하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본다는 것이었다. 업무와 관련된 글들을 보다 보면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보기도 한다. 나는 남의 취향을 들이다 보는 것과 아주 밀접한 일을 하고 있구나, 새삼 실감한다. 그렇다면 나의 취향은 무엇인가? 사실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한 적이 없다. 지금 곰곰이 떠올려봐도 대답이 영 시원찮다. 트렌드가 중요한 일을 하면서 트렌드에 꽤 무딘 성격 탓도 있을 테다. 화장품, 옷 등의 브랜드를 따진 적도 거의 없고, 하나에 집착하기보단 그때그때 입맛에 맞는 대로 골라 쓰는 편이다.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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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를 머금은 날은 풀냄새가 짙다. 그것은 특별하게 풀냄새 이기도 또는 계절의 냄새이기도 하다. 이미 저물어 버린 계절은 옅은 냄새와 소리를 남긴다. 결국 그 모든 게 감각이라면 그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의 흔적이 되는 것은 아닐까.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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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너의 죽음을 목도하고 있다. 목구멍 깊숙이 손가락을 집어넣어 짓이겨 보아도 결국 신물조차 나오지 않는 것처럼 너는 마지막 계절을 짓이기고 있다. 때로는 생은 그 자체로 죽음이라 가끔 내가 어느 곳에 서있는 것인지 혼돈스럽다. 그래, 차라리 죽음이 낫겠다. 나는 그 시간의 흐름조차 느끼지 못하게 서서히 짓이겨지고 있다. 날개를 떼어내고 수족을 비틀어 그 신음조차 내지 못하게 틀어박혀 내가 내는 것이 나의 소린지 혹은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나는 너의 죽음에 투영하여 나를 목도하고 있다. 삶이란 무엇이기에 나를 존재하게 하는가. 그 원초적 의문을 던지며 그 위에 투신한다. 그 바닥조차 보이지 않아 온전히 느끼며 으스러진다. 너는 그런 나를 비웃듯 유연하게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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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를 탐닉하듯 읽어나갔다. 네 사소한 일상이 나에게 스며들고 내 무심한 습관마저 너에게 맞아떨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묻어날 때쯤 불협은 생겨났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었던 우리는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 우리는 둘을 하나로 불렀지만, 그 속은 곪아갔다. 서로를 도려냈다. 서로가 달라 마주 안을 수 있었던 우리는 서로를 닮아 너와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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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화를 싫어한다. 내 글은 자주 그렇게 시작한다. 새로운 것은 무섭고 두렵다고. 소풍 가기 전날 밤의 어린아이처럼 자주 내일이 두근거려 잠 못 들곤 했다. 그것은 달가운 설렘이 아닌 울렁거림과 어지러움이었다. "행복은 늘 불안해." 안정적인 내가 오래되면 그 가운데 불안이 여지없이 파고들었다. 올해 퍽 안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나는, 사실 올해 초까지도 필요시약을 가방에 잔뜩 넣어 다니곤 했다. 혼자 남겨진 방 안에서 숨이 가빠오기도 했고, 나를 끌어안고도 모자라 파고들었다. 사실 올해 쓰기 시작한 일기를 되짚어 보면 자주 잠겨 들었다. 적당한 아픔은 현실을 인지시키고, 현실을 지우기 위해 적당한 쾌락을 추구했다. 떠나가는 것들은 여전히 놓지 못했다. 모든 것은 하나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