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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1 나의 우울에 대하여 본문

흩어진 밤을 그러모아

230411 나의 우울에 대하여

굥갱 2023. 4. 11.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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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강박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나는 꾀병과 같은 건강염려증이 있다. 통증에 무디다 보니 병원을 가야 하는 딱 느낌이 오는 순간이 있는데,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으레 병명 한 두 개쯤은 나오기 마련이다. 우울증도 그렇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사실 요즘엔 우울증이 있어요. 말하기 민망할 정도인데, 심할 때에는 네가 왜?라는 질문에 경기하듯 날을 세우곤 했다. 내가 아프다는데 왜 내 아픔마저 이해시켜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굳이 이해받고 싶으면 꽁꽁 숨기고 마음을 알아주는 이에게만 드러내면 그만일 것을.

내가 병원을 다닌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은 숨을 쉬고 싶다는 말과 같았다.

나는 다소 충동적인, 쉽게 말하면 지르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것, 낯선 것을 겁내면서도 항상 과감히 도전하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때는 하루하루 출근길을 걸으며, 퇴근길을 걸으며, 이대로 사라진다면 어떨까를 되뇌었다. 이러다간 불현듯 죽어볼까. 싶었다. 이대로 꾹꾹 눌러 담다가 진짜 죽으면 어떡하지 싶은 것을 보면 죽음이 두려운 걸까.

사실 죽음이 두렵기보단 죽음 이후의 미지가 두렵다. 나의 기억이 남겨져 있는 것이 두렵고, 내가 감당하지 않아도 될 타인의 아픔까지 두려웠다. 결국 죽음 앞에 겁먹어 주춤거렸다.

하루는 업무를 하는데 도저히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이다. 복도로 나와 창밖을 보며 호흡을 하는데도 영 아닌 것 같아 조퇴를 했다. 회사를 벗어나니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병원을 향했다.

우울과 강박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병명이 생겼다. 이미 내 것이 되어버린 아픔들은 잊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고개를 들이민다. 때로는 사소한 것들이 기폭제가 되기도 하고, 영 익숙지 않은 습관으로 남기도 한다. 어떤 것은 이미 이유를 알면서도 내가 나를 갉아먹고 있다.

우울증이에요? 우울감이에요? 질문이 퍽 인상 깊었다. 그때는 우울감이라 대답했는데, 사실 그것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 같은 감기도 어떤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이며, 어떤 사람은 몇 날 며칠을 드러누워야겠지. 약이 없으면 친구들과 즐겁게 놀다 집에 들어가는 순간마저 힘겨웠던 나날이 있다. 확실한 건 내가 나를 가누지 못하게 아팠다는 것.

행복하자.라는 친구의 말에 눈물이 났다. 스스로는 행복한 방법마저 찾지 못했다. 그때 친구와 함께 우울을 이야기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더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녔던 지 모르겠다. 꾹꾹 눌러둔 내 마음이 그 원인이라면. 터진 둑은 막아야 하는 줄만 알고 살아왔는데, 정작 터지고 난 뒤에도 아무렇지 않아 나는 아직 이렇게 살아간다. 내가 모두의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의 정의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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