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세상
낯선 본문
그것은 필히 기이함이었다.
엄마의 옷가지를 개키다 또 속절없이 눈물이 타고 흘렀다. 평생을 함께 한 사람을 이렇게 떠나보낼 수 있을 거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다, 그건 틀렸다. 사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 엄마가 나를 먼저 떠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막연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마냥 섭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던가. 더구나, 이런 허망한 끝이라니. 옷가지엔 잊고 있었던 엄마의 냄새가 묻어나 고개를 파묻고 또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사고소식을 듣고, 그 이후의 과정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인지하기 이전에 장례식장에 들어서 있었고, 부재를 인지하기 이전에 끝없는 절차들이 나를 덮쳤다. 대개는 이미 떠나고 없는 사람을 위한 현실에 남은 것들의 이야기였다. 수의며, 관이며, 평생 생각해보지도 않은 것들이 현실적인 금액이 되어 이미 떠난 엄마의 빈자리를 보상하고 있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정신없이 흘러나고 빈소에 들어서자, 그제야 눈물이 벅차올랐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더 이상 엄마에게 물을 수 없다. 그 사실이 서글펐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장례를 치르는 동안 생각보다 덤덤한 시간이 흘러갔다. 찾아온 손님께 감사를 표현하고, 인사를 하는 과정들만으로 충분히 벅찼다. 그리고 그 안에 남은 엄마의 흔적이 낯설었다.
그래, 낯설었다. 나에게 엄마는 당연히 엄마였다. 엄마 이외의 이름을 생각한 적도 없거니와 그 모습이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은 더 없었다. 희선이라는 그 이름으로 엄마를 부르는 그 사람들 속에 당신은 꽤나 활발했고 다정다감했으며, 작은 일에 툴툴거리다가도 금방 털고 일어나곤 했다. 나는 퍽 살가운 딸은 아니었음에 틀림없다. 내가 아는 엄마의 모습이 쉬이 생각나지 않는다. 나에게 엄마는.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지?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가끔 전화로 안부를 전하는 게 고작이었고, 가끔 집에 가게 될 때도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많았다. 집에 들어와도 방에 처박혀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모르는 희선 씨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인사말은 모두 '엄마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다.'였다. 나는 엄마의 이름마저 낯설 만큼 엄마를 알지 못하는데 엄마의 세상은 여전히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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