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K에게
잘 지내시나요? 잘 지내냐고 새삼 물어야만 서로를 알 수 있는 그런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한 풀 꺾인 듯하다가도 아직 여름이구나 싶을 때쯤 가을이 찾아오는 것처럼, 언제나 한 뼘일 것 같은 당신과의 거리도 이렇게 멀어져 버렸습니다.
저는 아주 보통의 나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눈을 떠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아쉬움에 하루를 문 닫는.
가끔은 친구를 만나 왁자지껄한 하루를 보내고 주말이면 침대 위에서 뭉그적거리기도 하면서요.
때로는 아득함에 숨차 오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엇을 두려워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하기도 합니다.
문득 떠올려야만 떠오르는 당신처럼요.
8월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을이 불현듯 찾아오겠지요.
잘 지내고 계시나요?
사실 당신의 안부를 묻기보다 내 안녕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