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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ㄱ

굥갱 2023. 4. 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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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떤 사람이야?

나는, 구차한 사람. 특출 난 것도 없고, 무언가에 쏟아부울 열정도 없고, 가끔은 남의 영광을 부러워하고, 내 손에 쥔 것들에 미련이 가득하고, 그저 그렇게 흘러가며,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만 가진 채 그럴듯하게 나를 포장해 보이고. 최근에 한 유튜버[YOUTH]가 생각나서 찾아봤다가 그가 자신을 김밥천국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 깊었다. 많은 것을 팔지만 특화되지 않은 김밥천국. 그럴듯한 포장지로 나를 숨기고 이것저것 하는 것은 많지만 제대로 하는 것 없는,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닐까. 심지어 포장지에 구김조차 잔뜩 한.

가끔은 우울에 가득 찬 내가 넌더리 나기도 하고, 강박에 가득 찬 밤이면 자다가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깨곤 한다. 그런 나에게 잡아먹히기 싫어 가볍게 표현하다가도 어느 날에는 엄살을 부리는 게 아닌가 생각하다 한 번 시작한 눈물을 걷잡을 수 없곤 한다. 나는 불안정하다. 자존감이 낮지만 자애감은 높은 사람, 이라는 표현을 꽤 자주 사용하는데, 언제부터였더라,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 문장의 시작은 5년 전 지구 정반대 편 이과수의 밤. 언니가 이 단어의 차이에 공감하면서부터였다. 나는 나 스스로 존중하지 못한 채, 또 이런 구차한 내가 애틋해서 결국 끌어안으며 살아간다. 최근에 이력서를 쓰다 보니 더욱더 선명하게 내가 나를 아끼지 않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를 최대한 어필해야 하는 이력서에서 조차 나를 피력하지 못하는데, 나조차 자신하지 못하는 나를 누가 채용할 것이며,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그럼에도 나는 썩 괜찮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애정을 주는 사람들이 이미 충분하고, 그런 나는 이미 사랑스럽지 않은가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버려야지. 과거에는 이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조금 더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했고, 최근에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였으며 이제는 나 자신으로써 이미 충분히 사랑스러운 사람임을 스스로 학습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 충분히 잘하는 게 많은데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냐는 소리를 들었다. 10년 넘은 친구에게서 한 번, 처음 본 면접관에게서 한 번. 누가 봐도 그런 나라는 게 나 자체이기도 하지만, 바꾸고 싶은 모습이기도 해서, 요즘은 무던히 이런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 스스로를 낮추는 사소한 습관들을 벗어던지기. 내가 이룬 무언가를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생각보다 쉽게 된다던 걸, 내가 했으니 너도 금방 하겠지, 따위의 말을 하는 것. 칭찬은 오로지 내 것이고, 분명히 내가 성취한 것에 대해 갉아먹는 표현을 하지 않음으로부터 나를 존중하기로 했다. 나는 타인에게 미루어 보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대단하고 반짝인다.

' 저 사람 보단 네가 낫잖아 '라는 말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타인의 불행에 기준 삼아 나를 자위하고 싶지 않아서도 있고, 그 사람보다 처지가 낫다고 해서 내 불행이 나를 괴롭히지 않는 것도 아니라서이다. 불행과 아픔에는 이렇게 명확하면서 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그러지 못했던 걸까. 그러니 나는 이미 썩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나 다운 사람이야.

나는 여전하다. 무엇하나 변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특별하지 않게 흘려보낸 하루하루의 작은 행동이 변화를 만들어 올 것을 안다. 말라가에서 언니가 내가 하는 표현들이 좋다고, 글을 써보라 말했다. 나는 여행을 하며 그 시간을 그림으로, 사진으로, 형태를 남기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나도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늘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다 보면 내가 가진 것의 반짝임을 미처 알지 못하는 때가 생기곤 한다. 나는 구차하지만 그 자체로 머물러 있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 변화하는 사람. 다양한 색을 가질 수 있고 그 색으로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 연약하지만 유연한 사람. 나는 나 자체로 사랑스러운 사람. 그래서 나만의 것을 형태로 만들어가며 더 반짝거려야지. 인생은 윤경처럼. 큰일이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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