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별의별세상

너는 거기에 있어줘2_매일이 무섭지 겁나고 왜 하나 싶어 본문

너는 거기에 있어줘

너는 거기에 있어줘2_매일이 무섭지 겁나고 왜 하나 싶어

굥갱 2023. 2. 27. 21:55
728x90

 


"매일 무섭지, 겁나고, 왜 하나 싶어."

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여자 혼자서 여행 갈 생각을 다 했어. 유유상종이라고 하던가, 20살이 되고 처음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로 그제까지 알아온 친구들은 하나같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대단한가 나.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 방학을 틈타 일본으로 갔던 3박 4일의 처음, 혼자 하는, 해외여행. 살면서 에펠탑은 한 번 봐야지, 가 전부였던 20살의 나에게 첫 해외여행은 대단한 뜻이 있었던 게 아니라 어머니가 티켓 끊어줄 테니 가봐라,였다. 엄마의 사리사욕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고작 3박 4일의 여행에 친구들의 배웅까지 받으며 떠났던 길은 상당히 멀미 났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배를 타고, 겨울옷을 껴입은 상태에 양쪽에 남성분들이 있어 갑갑하고, 두리번거리며 낯선 세상에 발을 딛고 움직여 겨우 호텔을 체크하고 문을 닫은 후, 주변이 조용해지자 오싹했다. 오죽했으면 알아듣지도 못하는 텔레비전을 켜놓을 만큼. 낯선 곳에 혼자 있어본 경험도 처음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첫 해외여행을 시작으로, 홍콩, 유럽, 태국, 대만 등등 갑자기 훌쩍 떠나는 여행부터 오랫동안 계획한 여행까지 어느덧 34개의 나라를 여행했다.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가족과, 가끔은 혼자 가는 여행들이 쌓이며 여행 짬이 생겼다고 자신하지만 매번 낯선 곳으로 여행은 두렵다. 특히 세 번째 여행이자 첫 장기 여행이었던 유럽여행을 출발하기 5일 전에 발목을 크게 다치고 깁스까지 하게 되자 이러고 가는 게 맞나, 하지만 여행을 목표로 휴학까지 했는데, 두 가지 생각이 끝없이 나를 괴롭히고 경유지인 일본에서 울면서 비행기를 놓치기를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 스스로 그만둘 용기마저 없었던 것인지, 그럼에도 해야지 생각이 들어서인지 결국 50일의 여행길에 올랐고 내 삶의 큰 변환점 중 하나가 되었다.

무섭고 도망치고 싶었다. 새로운 것은 항상 울렁거리게 두렵다. 10년 만에 스키장을 가면서 나 스키도 못 타고 보드도 못 타는데 가! 하니 보람 언니가 그럼 왜 가냐고 물었고, 태완이가 경험을 중요시하는 여자 배우러 가는 것일 듯이라고 답했다. 그래도 3번은 내려올 거야!!라고 다짐했고, 시작하자마자 펜스를 붙잡고 한참을 멈춰있었다. 안전요원이 방향을 틀고 싶은 거냐고 물어봐서 울먹이며 제가 내려갈 수 있을까요 질문했다. 내심 기대하며 안되면 리프트를 타세요, 할 줄 알았는데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고 정말 딱 3번 내려왔다. 맞아 나 대단해. 결국 해내잖아.

"매일 무섭지, 겁나고, 왜 하나 싶어."
새로운 것은 늘 두렵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할 수 없잖아.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