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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거기에 있어줘3_그곳은 너에게 어떻게 기억되어 있어? 본문

너는 거기에 있어줘

너는 거기에 있어줘3_그곳은 너에게 어떻게 기억되어 있어?

굥갱 2023. 3. 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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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너에게 어떻게 기억되어 있어?"

여행을 만들어주는 것들에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람이다.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생각하고 보면 누구와도 관계하지 않고 온전히 혼자 다닌 여행은 없었다. 긴 여행이건, 짧은 여행이건, 얼마간의 시간이든 누군가와 인연이 맺어졌다. 인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 시간만을 함께 보낸 사람들도 있고,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모르게 영영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더 많다. 우연히 길을 지나다 마주치더라도 알아보지조차 못하겠지. 그럼에도 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첫 번째 여행에서 만났던 그 사람도 그렇다. 배를 어디서 어떻게 타는지, 티켓은 어떻게 보는 거고, 시내로 어떻게 들어가는지조차 제대로 몰라 우왕좌왕했던 첫 번째 여행. 모든 처음은 그렇듯이 어색하고 미숙했던 나는 여권 검사하고 신발을 벗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벗었지 않을까. 그렇게 숙소에 도착해서 겨우 한숨 돌리는 것과 동시에 온전히 나 혼자인 시간에 조금은 두려워하고 있을 때 문밖 복도에서 카드 키와 씨름하는 소리가 들렸다. 호텔 카드 키를 어떻게 여는지 몰라 한참을 문과 싸우던 5분 전에 내 모습이 떠올라 오지랖이 발동해 방문을 살짝 열자 배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분이 있었다. 내가 기억했던가, 그가 기억했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주변에 은근히 무심한 편이라 아마 그가 기억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와 같이 처음 혼자 해외여행을 왔다는 그 사람은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어쩌면 나보다 어리숙했다. 이제는 이름도 얼굴도 남지 않은 6살 많은 남자분이었던 그와 갑작스럽게 동행을 하게 되었고, 일정의 절반 이상을 함께 다녔다. 내 일정과 함께 맞춰보며 조율하는데 혼자 있기 싫은 마음과 경계심이 발동한 마음이 반반이었던 내가 날을 세워, 그는 내 일정에 다 맞춰줬다. 처음이라는 특별함이 남을 뿐,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여행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다녔다는 그 사실이다. 

하루는 후쿠오카 타워로 가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을 물어봤고, 영어로 정확하게 물어보는 그의 질문보다 발음도 어눌한 내 질문이 더 잘 소통되는 것이 신기했다. 그가 있었기에 조금 더 다양한 것을 도전할 수 있었고, 또 접점이 없던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을 알 수 있었다. 

"그곳은 너에게 어떻게 기억되어 있어?"
만약 다시 묻는 기회가 된다면 지금의 나보다 한참은 더 어린, 하지만 그때는 한참 어른 남자여서 그저 어렵기만 했던 그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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