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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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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ㄱ

이름

굥갱 2023. 9. 2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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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에게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식, 형제, 부모, 친구, 연인, 때로는 사랑이나 믿음, 미움과 같은 불명확한 감정의 이름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하나의 사람이지만, 동시에 하나가 아니라서 그들의 이름에 맞춰 모습을 바꾸며 살아간다.
당신이 나를 부르는 그 모든 단어들이 나를 부르는 이름이 되어, 때로는 나를 살아가게 만들고, 또 언젠가는 나를 그 역할 안에 가두기도 한다. 당신이 생각한 나를 그 틀에 욱여넣기도 하여, 순종적으로 살아가다가, 또 그 모든 것을 벗어던진 채 도망치게 만든다.
나는 당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당신이 부르는 나의 이름은 애틋하고 사랑스러워 나를 기꺼이 당신의 품 안에 잠들게 만들다가도, 어느 순간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나를 짓이기고 눈물에 잠기게 만든다. 나를 이렇게 격정적으로 만든 당신은, 어느 순간엔가 나를 서서히 잊혀가고, 나를 더 이상 부르지조차 않게 되겠지.
나 역시 당신을 그렇게 잊힌 채 나지막한 울림만을 흔적으로 남긴 채.
나는 당신의 이름이었다가,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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