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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여행 231203 본문

언젠가의 너에게

달랏여행 231203

굥갱 2023. 12. 2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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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변화가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입학과 졸업.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 때로는 긴장감에 잠 못 이루던 일들이, 몇 날을 지새우게 한 고민들이 어느 순간 내게 익숙한 것으로 남겨졌다.
"여행 마저 재미가 없으면 이제 어떡하지?"
여행은 내게 큰 의미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고, 그 속에서 성장해 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새로운 것에 부딪히는 방법도 여행을 통해 배웠다. 그래서 그 여행마저 무뎌진다는 것이 두려웠다.
몇 년 전 엄마는 더 이상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겁난다고 했다. 더 이상 자극받지 못하는 삶은 도태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사실 나는 늘 그랬다.
여행 가기 전날 밤이면 때로는 귀찮음에, 때로는 두려움에 밤 지새웠다. 낯선 도시의 낯선 언어가 다시 돌아가고 싶게끔 했고 가끔은 울며 비행기가 결항되길 바랐다. 비행기를 몇 번을 타고도 아직 사고가 날까 봐 겁내기도 한다. 꼬리를 무는 상상은 가끔 현실적인 꿈이 되어 나를 괴롭힌다. 사실은 언제나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변화하는 내가 더 좋아서 언제나 떠났다. 때로는 도피였고, 때로는 일탈이었다. 숨 쉴 곳이 필요할 때면 자연스럽게 찾는 것이다.
거 봐. 나는 아직 여행을 사랑한다. 익숙해졌다고 해서 사랑이 아님이 아닌 것처럼. 영어 대신 한국어를 뻔뻔하게 쓰다가도 엉망진창인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그 모습처럼 형태가 바뀌었을지언정 여전히 그 속을 살아가는 나를 사랑한다. 세뇌 같은 사랑일까 생각을 고쳐 곱씹어 봤지만 그럼에도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현실을 사랑한다. 여행하며, 워홀 하며 나는 늘 그렇게 살아갈 사람으로 비쳤다. 하지만 언제나 내가 돌아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사실 겁이 많은 나는 돌아갈 곳이 있어 떠날 수 있었다.
내가 우울을 토해내는 방법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것처럼, 이전에는 숨 쉴 곳이 필요한지도 모른 채 여행했다면, 이젠 숨을 쉬는 방법을 터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하다. 여전히 요령도 없는 주제에 무작정 걸어가고 본다. 그 곁을 지키는 다정함을 안다. 그래서 떠날 수 있고, 그렇기에 나는 당신의 곁이 애틋하다.
우리는 오래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느끼자. 그리고 그 다름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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