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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여행 231231 본문

언젠가의 너에게

후쿠오카 여행 231231

굥갱 2024. 2. 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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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어쩌면 가기 싫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마저 싫으면 정말 좋은 게 얼마 없는데.
11월 정신없이 바쁜 통에 어디든 떠나야겠다. 하고 결정한 것이 달랏, 후쿠오카 그리고 삿포로.
이제 절반쯤 지나고 있다. 사실 어디든 가기 귀찮고 침대에 틀어박혀있는 것이 제일 좋다. OTT가 성행하며 자연스럽게 아이디가 하나 둘 생기고, 살면서 이렇게 영상을 많이 본 시간도 없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그가 게임을 하지 않으면서 집에 있으니 잉여인간이 된 것 같다고 했는데 오히려 나는 과포화 상태에 지쳐 잉여인간이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뭐든 하지 않는 주말이 아깝게 느껴져 무엇으로든 채워나갔는데 어쩌면 그저 원래대로의 상태가 나에게 나은 걸지도. 그 무엇도 귀찮고 놓아버리고 싶다가 또 무엇도 놓지 못한 채 머릿속만 어수선하다. 그 무엇도 하지 않은 채.
" 나 사실은 배 탄다는 게 너무 무섭고 겁났어. 지금도 조금은 그래. "
대단한 비밀인 것처럼 하는 말에 너는 동조하며 우리는 구명조끼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객실에 자리 잡고 바로 구명조끼의 위치를 찾으며 몰래 키득거렸다.
우리는 하나도 같지 않지만 사실은 어느 부분인가 닮아있다. 그런 너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전혀 호들갑스럽지 않게 그 시간들을 지났다. 너와는 그렇게 소란스럽지 않은 척 태연하게 내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은 그 누구보다 요란스러운 주제에.
하필 또 가보지 않은 삿포로가 남았다. 밀물인지, 잠겨드는 것인지. 파도가 지나고 나면 거기에 무엇이든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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