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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세상
여행이 어쩌면 가기 싫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마저 싫으면 정말 좋은 게 얼마 없는데. 11월 정신없이 바쁜 통에 어디든 떠나야겠다. 하고 결정한 것이 달랏, 후쿠오카 그리고 삿포로. 이제 절반쯤 지나고 있다. 사실 어디든 가기 귀찮고 침대에 틀어박혀있는 것이 제일 좋다. OTT가 성행하며 자연스럽게 아이디가 하나 둘 생기고, 살면서 이렇게 영상을 많이 본 시간도 없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그가 게임을 하지 않으면서 집에 있으니 잉여인간이 된 것 같다고 했는데 오히려 나는 과포화 상태에 지쳐 잉여인간이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뭐든 하지 않는 주말이 아깝게 느껴져 무엇으로든 채워나갔는데 어쩌면 그저 원래대로의 상태가 나에게 나은 걸지도. 그 무엇도 귀찮고 놓아버리고 싶다가 또 무엇도 놓지 못한 채 머릿..
1.27 1.31 2.07 세 번의 병원. 이상하지 않은 거 같지만 분명 이상한 것 같아서 병원. 사실 정신과를 갈 때가 가장 머뭇거린다. 내가 아픈 상태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워서. 12월 말에 갑자기 30분쯤 펑펑 울 때까진 오히려 괜찮았다. 1월 초에는 가볍게 술 마시고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길에서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차가 후진해서 오든 말든 목에 칼을 집어넣어도 괜찮을 것 같았고 그대로 웃으며 늘어져서 한참을 있었다. 낯설었다. 가장 우울할 때는 좋아하는 것마저 좋아지지 않을 때라고 하는데 그 사이 세 번의 여행을 하면서도 이전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축 늘어져 있을때면 자해충동이 들 때도 있었다. 죽음의 감각이 무뎌질 때 주로 내가 이상하구나 인지한다. 근데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