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세상
포르투여행 230112 본문
나는 사소한 순간들을 사랑해.
사실 SNS를 하는 가장 큰 이유도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흩어질 아주아주 사소한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충훈오빠는 여행이 좋은 이유가 사람들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져서라고 했다. 대체로 여행이 좋은 이유는 도시라거나, 분위기, 그런 순간이 좋아서였는데 다른 사람의 표정이 좋다는 건 처음이라서 새로웠다. 이렇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도 사랑스럽다.
그런 순간들은 의외로 쉽다. 내 웃음에 웃음으로 회답받는 상황. 이유 없이 내밀어진 친절. 가끔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또 가끔은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거나, 벤치나 잔디에 냅다 드러눕기도 한다. 옷은 빨면 되는걸. 누워서 세상을 보면 조금 더 여유로워진다. 더 특별해지는 것은 없지만 그래서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더 사랑스럽다. 여행지라서 조금 더 의식하지 않고 누릴 수 있지만 사실은 일상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
이번여행에서도 아무 데서나 잘 누웠고, 성민이 어디서든 한 번은 드러눕는구나. 하고 연락이 왔다. 누군가에게 나 자체로 존재하는 것도 사랑스럽다. 드러누운 나를 보며 사진을 찍고 깔깔거리던 수빈은 어느새 나와 같이 등을 대고 하늘을 봤다.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예전에는 남들과 다른 나 자신이 모순된 것 같았다. 왜 나는 저렇게 생각하고 살아가지 못할까.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나라서 더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것 같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성장하고 여유를 찾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여유가 흘러가 버릴지라도 다시 무언가로 채워질 거라는 걸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이 멋지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조금 더 그들처럼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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