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흩어진 밤을 그러모아 (79)
별의별세상
친애하는, 나는 아주 오랫동안 서서히 당신들을 써 내렸다. 내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그대들을 손끝이 닳을 만큼 읽고 또 읽었다.
여기저기 흩어진 너의 흔적은 잊은 듯하다가도 불현듯 고개를 들어 나를 하염없이 헤집어 놓는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지
나는 너의 계절에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었다. 봄에는 흩날리는 벚꽃에 여름엔 초록의 신록에 가을에는 떨어지는 낙엽에 겨울에는 눈 쌓인 가지에 너의 그 어느 순간에도 기억에 남고 싶었다.
펑펑 울었다. 술을 마셨고, 오늘은 울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아직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의 위로에 기대 더 목놓아 울었다. 왜 우냐고 질문이라도 할 줄 알았던 친구는 괜찮다며 더 울어도 된다며, 참지 말라고, 너무 다 안고 가지도 말라고. 그 말에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울음을 삼키는 게 더 익숙한 나는 사실 언제나 울음을 토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었기에.
우울과 강박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나는 꾀병과 같은 건강염려증이 있다. 통증에 무디다 보니 병원을 가야 하는 딱 느낌이 오는 순간이 있는데,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으레 병명 한 두 개쯤은 나오기 마련이다. 우울증도 그렇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사실 요즘엔 우울증이 있어요. 말하기 민망할 정도인데, 심할 때에는 네가 왜?라는 질문에 경기하듯 날을 세우곤 했다. 내가 아프다는데 왜 내 아픔마저 이해시켜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굳이 이해받고 싶으면 꽁꽁 숨기고 마음을 알아주는 이에게만 드러내면 그만일 것을. 내가 병원을 다닌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은 숨을 쉬고 싶다는 말과 같았다. 나는 다소 충동적인, 쉽게 말하면 지르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것, 낯선 ..